CLO 2017년 5월호(Curtain 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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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정현 기자)
에디터가 꼽은 말, 말, 말
화물운송업계에는 왜 가격비교 사이트가 없을까
이레즈 브로이트만 프레이토스 아시아총괄
“앞으로 물류업계의 미래는 온라인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이토스가 FIFI(Freightos International Fright Index)를 제공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FIFI는 프레이토스가 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데이터는 우리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는 물류업체로부터 제공받는다. FIFI는 여러 자료를 평균 내서 도출한 값이기 때문에, 이를 어떤 특정 업체의 운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물류업계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공개적으로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예상한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항공기 티켓을 사기 위해 여행사에 일일이 전화해야 했지 않은가. 항공기 예약 시스템이 바뀐 것처럼 물류도 변할 것이다”
창고, 풀필먼트 센터로 진화하다
최우정 신세계그룹 전략실 부사장
“최근 온라인 장보기 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갑작스런 수요 증가로 인해, 점포에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기존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마트는 온라인 자동화센터 네오(NE.O)를 설립했고, 현재 보정센터, 김포센터 두 개를 운영하고 있다. 네오센터에서는 보통의 물류센터와 달리 작업자가 고정된 자리에 위치해 있으면, 자동 셔틀과 미니로드 등 자동화 장비가 상품을 작업자의 자리로 가져다준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이마트는 네오의 마스터 정보관리 시스템, 물류센터 관리 시스템, 자동화(로봇) 설비 조종시스템, 경로배정(Routing) 시스템 등을 모두 내재화했다. 창고가 변화하고 있다. ‘창고’에서 ‘유통 물류센터’로, 이제는 ‘풀필먼트 센터’로 창고가 진화하고 있다”
가치사슬의 경계 붕괴와 물류의 역할
노상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아마존과 큐텐 같은 물류업체가 아닌 이들이 물류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본질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가령 페이스북의 가치는 친구 하나하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다. 이제 연결의 가치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한 세상이 됐다. 고객과 고객의 연결, 셀러와 바이어의 연결이 합쳐져 네트워크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더 거대한 연결을 만드는 ‘오가닉 비즈니스(Organic Business)’가 대두되고 있다. 아마존은 130여 개 국가의 셀러와 3억 명에 이르는 바이어 사이에서 결제 등 ‘정보의 연결’뿐 아니라 ‘물리적 흐름(Physical Flow)’까지도 완성하고자 한다. 이것이 아마존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물류사업을 진행하는 까닭이고, 기존 물류업체들이 아마존의 행보에 위협을 느끼는 이유다”
재무제표로 살펴본 ‘쿠팡의 위기’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쿠팡은 항상 ‘계획된 적자’를 강조한다. 하지만 재고자산 회전율이 동종업계에 비해 나은 것 하나를 제외하면 쿠팡의 혁신은 재무제표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재고자산 회전율이 이마트 등 기존 종합 유통업체에 비해 좋은가 하면, 그것 역시 아니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재무제표에서는 연구개발비로 지출된 비용이나 자산으로 계상된 개발비를 찾아볼 수 없다. 테슬라 상장을 노릴 수도 있다는 쿠팡의 데이터 기반 노선 분류 시스템 ‘쿠파고’는 그 실체마저도 의심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로 재무제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항목은 외부에서 구입한 소프트웨어 150억 원이 전부다”
CLO 5월호 한 눈에 보기
디지털 유통(Digital Distribution)
독립영화 <나가요>가 넷플릭스에 뜨길 기대하며
누구나 좋아하는 영화 한 편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영화를 즐겨본다. 하나의 상품이 소비자를 만나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손을 거치는 것처럼, 영화 한 편이 관객에게 선보여지는 데도 수많은 플레이어가 관여한다. 투자사, 배급사, 상영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투자액 이상의 수익을 원한다. 결국 이들이 집중하는 것은 ‘잘 팔릴 것 같은’ 영화다. 이에 따라 규모가 작은 영화들은 소위 ‘영화판’에서 소외당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영화 플랫폼이 등장해 전통적인 영화 유통 구조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영화도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영화 유통 생태계의 어제와 오늘, 그 흐름(流)에 시선을 맡겨보자.
유통(Distribution)
꽃의 계절, 꽃을 보고 울상짓는 사람들
5월. 봄의 절정인 동시에 여름이 고개를 삐쭉 내미는 시기다. 오르는 기온만큼 꽃의 판매량도 늘어난다. 그런데 살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꽃값, 생각보다 비싸다. 관리가 까다롭고, 유통기한이 짧고, 재고부담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오랫동안 5월은 꽃 판매에 있어 성수기가 아니었나? 비싼 꽃값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밭떼기’와 같은 음성적 유통, 가격 투명성 없는 꽃 수입, 도매와 소매의 혼재 등 국내 화훼유통 구조를 그 원인으로 지적한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김영란법’까지 더해져 꽃 수요도 줄어든 상황이다. 5월은 분명 꽃의 성수기인데, 화훼업계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꽃의 달 5월, 화려함이 감추고 있는 화훼 유통 구조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편의점(Convenience Store)
갈라선 CU와 GS25, 편의점택배의 향방은
한국에 편의점이 들어온 지 25년이 넘었다. 편의점은 한때 그저 생필품을 사던 곳에서, 든든한 한 끼 식사와 휴대폰 충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진화했다. 편의점 택배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편의점의 90% 이상이 택배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편의점 택배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작년 12월, CVSnet을 통해 공용으로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던 CU와 GS25가 갈라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편의점 택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각자 충분한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쪼개진 편의점 택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이들이 편의점 택배가 가진 여러 문제, 가령 편의점사업의 각 주체들 간의 의사소통 문제 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편의점 택배의 향방이 궁금하다.
중고시장(Secondhand Market)
중고거래 열풍, '뜨겁긴 뜨거운데...'
사용하지는 않는데 버리기도 아까운 물건 이 있을 때, 혹은 새 제품을 사기엔 돈이 조금 부족할 때 우리는 ‘중고거래’를 한다. 저렴한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되겠어,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 중고시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중고나라’는 자체 카페에서 발생하는 월 거래액만 800~1,000억 원에 이른다는 자체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 거대한 규모와는 달리, 시장의 변화 속도는 더디다. 가령 오랫동안 중고 거래는 ‘개인 간 직거래’ 위주였다. 이에, 중고시장을 변하시키려는 많은 기업들이 등장했다. 안전거래부터 직매입 중고몰까지. 하지만 아직까지 크게 성공한 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변화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갈라파고스’ 중고 시장. 누가 이 단단한 표면에 금을 낼 수 있을까.
커머스(Commerce)
교과서엔 없는 '커머스 물류', 무엇이 문제인가
커머스 물류는 교과서 속 물류와 어딘지 좀 다르다. 때문에 문제에 봉착하면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우선 수요 예측이 어렵다. 물론 수요 예측은 어딜 가나 어렵지만, 커머스 업계에서는 이 정도가 더 심하다. SNS 마케팅 등의 성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커머스 업체가 흔히 쓰는 OEM 방식은 커머스 업체가 리드타임을 통제하는 것을 힘들게 만든다. 이뿐인가. 복잡한 주문 내역 정리와 손이 많이 가는 제품 포장 역시 전통 물류와 커머스 물류가 갖는 차이점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 고객을 유치한 커머스 업체들도 ‘입고-재고-출고’로 이어지는 물류의 기본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를 해결하려 인력을 더 투입하면? 비용이 오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커머스 물류의 기초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인적자원(Human Resource)
물류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세 가지 이유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앞으로 10년 뒤에 사라질 직업 리스트’가 호사가들 사이에서 떠돈다. 정말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까? 많은 사람들의 예언처럼, 그 출발은 ‘노동집약적’인 물류업계가 될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그 반대로 가까운 미래에 물류업계에서는 인력난에 허덕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이커머스와 O2O 산업의 성장으로 물류 인력의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한국 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는 인력 공급의 감소를 초래한다. 기술이 물류현장의 인력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필요한 것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기술이다. 그리하여 물류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 사람들이 제 발로 물류현장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결국, 사람이 미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