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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값’ 부른 위태로운 물류시장

by 김철민 편집장

2010년 12월 01일


‘맷값’ 부른 위태로운 물류시장


병든 화물운송업 '대립과 갈등'의 불씨 여전

물류업체 사장이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 기사에게 휘두른 야구방망이가 화제다. 사연은 이렇다. 회사는 화물연대 탈퇴를 이유로 고용승계를 미뤘고, 응하지 않은 기사는 결국 해고됐다. 이 문제로 다툼은 1년간 지속됐고, 성난 사장은 기사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방망이로 마구 때렸다. 그 대가(代價)로 기사에게는 수천만원이 건네졌다.


“조폭영화에 나올 법하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재벌가 폭행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에서 SK가(家) 2세인 최철원씨의 ‘매질과 맷값’ 논란이 연일 뜨겁다. 최씨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물류회사인 M&M;(마이트앤메인)의 전 대표다.


M&M;은 SK그룹의 방계회사다. 주요사업은 창고임대 및 운송, 물류부동개발, 외제차 판매업 등이다.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다 그렇듯이 그룹의 안정된 물량지원 속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한때 정부 혜택사업 논란이 제기됐던 화물차 매연저감장치 사업자 중 한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M&M;은 SK계열사의 운송협력업체인 D상운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지입기사에게 화물연대 탈퇴를 강요했다. 이중 최씨로부터 폭행당한 유모씨는 해고됐고,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1월부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당시 유씨는 화물연대 울산지부 탱크로리 지회장이었다.


이번 폭행사건의 문제는 ‘돈이면 다 된다’는 재벌의 빗나간 물질만능주의에 있다. 그리고 분명 이것은 여론으로부터 비난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면에는 화주기업과 물류업체, 운송협력사(개인화물사업자) 간 대립과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는 화물운송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살펴야 한다.


M&M;과 유씨의 마찰은 화물연대 탈퇴여부에서 비롯됐다. 지난 몇 년간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던 화물연대의 파업은 국내 수출산업에 큰 타격을 줬고, 기업들에게 위협적 요소가 됐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물류회사와 운송업체에 소속돼 있는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을 점차 솎아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기업들이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혹여 파업 속에서도 최소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 기사들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실제 대부분의 화주기업들은 물류업체와 운송계약을 할 때, 계약조건으로 전체 차량 중 화물연대 소속 가입 비율을 확인한다. 이 때문에 물류업체들도 대형 물량 유치를 위해 지입업체나 운전기사를 뽑을 때 화물연대 소속여부를 가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업계서 일어난 사건, 사고도 끊이질 않았다. 2007년 CJ GLS의 진천과 용인물류센터에서는 파업 기간 중 화물연대 조합원이 비가입 차량의 진출을 방해하다가 법원에 60명이 단체로 고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CJ GLS는 수억원대의 재산 피해를 주장했고, 이후 비(非)화물연대 운송사와 지입기사들로 대폭 물갈이한 바 있다.


고 박종태씨의 죽음으로 불거진 대한통운과 화물연대의 갈등도 같은 맥락이다. 2009년 화물연대 소속 택배배송 화물기사 76명을 계약해지한 대한통운은 이들의 단체교섭권 등 노조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갈등은 화물연대 전국 파업으로까지 확대됐으며, 매년 운임협상 때마다 부담스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글로비스와 삼성전자로지텍, 하이로지스틱스 등 대기업 물류자회사와 화물연대 간 갈등은 생산 공장과 물류현장에서 해고와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매년 되풀이하고 있다.


화주기업은 화물연대를 원치 않고,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차량은 부족한 상황에서 중간에 낀 물류기업들의 시름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SK그룹의 물류자회사격인 M&M;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조폭과 다를 바 없는 재벌가의 무법적 행동에 그 충격이 너무 크다. 여론이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여론이 더 깊게 속사정을 봐주길 바란다. 병든 화물운송시장에 정부가 나서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물운송시장서 매질과 맷값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화주기업과 물류기업들도 돌아봐야 한다. 화물연대를 상호 협력적 관계가 아닌 무차별적으로 적대시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자. 가진 자가 먼저 보살피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때 영세한 화물차 기사들도 파업을 멈추고, 대화의 장소에 나서게 될 것이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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