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새해에는 국내 택배사들이 영업에 치중하기 보다는 안정된 운영 능력으로 승부수를 띄울 형국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업계는 안방 쇼핑족(전자상거래 성장세)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 입어 물량은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릴 태세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신규 물량 유치 보다는 서비스 안정화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실제로 대한통운과 CJ GLS는 지난 9월과 6월 각각 금천구 가산동과 부천에 대규모 터미널을 완공하고, 넘쳐나는 수도권 택배 물량의 원활한 수급에 대비하고 나섰다.
한진과 현대택배도 이에 질세라 현재의 수도권 허브(금천구 위치)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경쟁 우위를 목표로 동남권물류단지 조성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연합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로젠과 KGB, KG옐로우캡 등 중견택배사도 경기도 이천 지역을 중심으로 터미널을 신축하거나 증축하는 형태로 물량 소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업계가 웃기엔 아직 이르다. 기쁨 뒤에는 근심이 뒤 따르는 탓일까.
업계의 시름은 ‘차량’과 ‘사람’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늘어난 택배 물량을 실어 나를 화물차는 시장 수급불균형이라는 공감하지 못할 이유로 증차제한에 발목 잡혀 있고, 주요 터미널(물류센터)은 지방에 위치하다 보니 충분한 작업인력을 구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다.
이 때문에 업계는 서로 얼굴을 찌푸릴 정도로 경쟁한다. 물량 수주를 위한 단가인하는 예전 말이다. 치열한 물밑 작전을 통해 경쟁사 간 차량과 영업소를 빼앗아 오는 것은 기본이 됐고, 물류센터 현장은 인력 알선업체(공급책)의 횡포에 시달려 고정비 증가 등의 이유로 운영에 엄청난 애로를 겪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강원도 모 택배 영업소 직원이 차량 신호 대기 중에 과로로 인해 돌연사를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하루에 150건 이상의 배송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일일 1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발생한 산업재해라 볼 수 있다.
물론 업계의 이런 현실을 놓고, 일부에서는 ‘자업자득’이란 지적도 있다. 그러나 국내 택배산업이 연간 10조원대(정기화물 포함)의 외형으로 ‘홀로서기’에 성장한 배경과 오늘날 국민들의 보편화된 생활 편의 서비스로 자리잡아 왔다는 측면에서 업계의 신음을 뒷짐지고 듣는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를 보면 답답한 노릇이다.
만약 택배업계와 국토부의 관계를 희화한다면 ‘성장통을 앓고 있는 아이를 임의 방치해 둔 무책임한 부모’와 같다. 사회적 관점에서 본 다면 이 상황은 반인륜적인 처사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건 당연하다. 아이(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고 있는데 그 성장을 바르게 양육해야 할 부모(국토부)는 모르는 척 ‘너 알아서 살아’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 부모인 것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때문일까? 일부 택배사는 국토부가 양육권을 포기해 주길 바라는 눈치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 아이가 부모를 버리고 싶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 인가. 화물운송업으로 임의 분류된 택배를 서비스업으로 인식해줘야 부족한 차량 공급이 해결되고, 외국인 인력 고용을 일부 인정해 줄 판이니 말이다.
국토부도 할 말은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대형 화물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고, 내국인의 일 자리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명분은 나름 논리가 선다.
그러나 명분은 어디까지나 명분이다. 정부가 택배산업을 인정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제발(강조차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철저하게 화물차와 인력 공급을 시장 논리에 맡겨두길 바란다.
택배터미널 현장에 외국인 고용을 허용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적용이 힘들다면 허브 터미널이 집중되어 있는 이천과 대전 등 제한된 지역만이라도 우선 풀어주자. 이들의 시장 진입이 내국인의 일 자리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현장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또 대형 화물운송 시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소형 화물운송이 대부분인 택배업에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편의적 행정의 전형적인 잣대다. 이명박 정부가 줄곧 외치고 있는 것이 선진화 방안이다. 국토부도 ‘물류 선진화’ 방안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추진 중에 있다.
택배는 물류산업 분야 중에 국민의 삶에 가장 친숙한 서비스다. 국토부가 보편 타당한 논리에 입각해서 택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주는 것은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도모하는 실천 방안 중 하나인 셈이다.
2010년 1월 1일. 새해 첫날 택배업계는 그 누구보다 먼저 깨어나 배송에 나설 것이다.
회사와 개인 모두가 각각의 수입을 위해 검푸른 새벽녘을 나서지만 이들의 서비스 이면에는 국민의 생활 편의가 자리잡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국토부는 업계를 돌봐야 한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어디 있겠냐 만은 우는 아이는 우선 달래는 게 모든 부모의 이치가 아닌가.
국토부가 먼저 업계에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
“택배업계, 새해 소원을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