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임대료 5만1,000원, “사업성 없다”
입찰 마감 전, 대한통운.CJ GLS ‘불참’
현대택배.한진, 지분 떠안고 입찰 강행하나
“동남권물류단지의 사업성 분석결과, 1층 임대료가 5만1,000원대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에 위치한 것이 장점이라지만 이 가격에 어떤 물류(택배, 창고)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 있겠습니까?”
동남권물류단지 개발 사업이 사업제안서 마감(오늘)을 앞두고 컨소시엄 붕괴로 추진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이 이번 사업에 단독으로 제안서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당초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던 대한통운, CJ GLS가 최종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
입찰 제안서 마감은 오늘 오후 5시까지다. 제안서가 마감시간까지 접수가 되지 않으면 이번 입찰은 유찰이 되고, 향후 SH공사가 공고를 통해 입찰 일정을 다시 잡게 된다.
대한통운과 CJ GLS 물류 2개 사의 공통적 불참 사유는 ‘사업성’이다.
평당 5만원 대 이상(동남권물류단지 내 창고시설 1층 기준)의 임대료로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
관련업체 한 관계자는 “동남권물류단지가 지리적 이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수도권 주변(용인, 이천 등)에 평당 20,000원 미만의 창고들이 많이 있다”며 “재무적 부담감을 갖고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동남권물류단지 사업은 금융기관의 별다른 보증 없이 사업성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이다.
특히 금융권이 제시한 이번 파이낸싱 조건은 사업 시작 후 5년 안에 원금을 상환한 후 다시 대출을 받은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경기위축에 따른 투자 부담감은 물론 수익성에 대한 불투명 속에서 선뜻 뛰어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른 업체 한 관계자는 “건설 논리에 물류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 동남권 물류단지 조성 계획이 변경되면서 물류적 기능이 배제된 사업으로 변질됐다. 사업의 상징적 의미 보다는 결국, 회사가 손해를 입지 않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한통운과 CJ GLS의 선택에 대해 물류업계는 ‘이유 있다’는 반응이다.
물류 인프라 컨설팅업체 한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계열사인 한국복합물류가 보유한 군포복합화물터미널 확장 계획이 잡혀있는 만큼 보유 시설에 대한 활성화 방안이 더 시급하고,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적 부담감이 완전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력 계열사인 대한통운이 무리하게 신규 투자를 강행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게 주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또 CJ GLS도 수익성 측면에서 접근해 봤을 때, 동남권 물류단지를 활용하는 것 보다 중.장기적인 인프라 통합 계획을 통해 수도권 주변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지 않았겠냐는 판단이 섰을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한편,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나머지 물류회사인 현대택배와 한진이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따라 제안서 마감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는 대한통운과 CJ GLS가 포기한 지분율(각각 10% 내외)을 떠 안고 진행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가 리스크를 감내하고 동남권 물류단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을 경우, 양사가 누리게 될 행복의 크기는 달라지게 된다.
현대택배와 한진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