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혁신, 스마트공장이 뭐길래
스마트공장의 가능성은 ´연결´에서
SCM이여 다시 한 번! (Play It Again, SCM)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Idea in Brief
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스마트공장’의 성공사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스마트공장 초기의 자동화는 그 공장 안에서의 최적화만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는 공급망 관리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업과 기업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과 공급망이 경쟁을 한다. 결국 스마트공장의 생산성이 최적화되려면, 그 공장에 원자재나 재공품을 납품하는 공급업체의 생산성 또한 최적화될 필요가 있다. 결국 진정한 스마트 공장은 자재를 사용하는 공장의 설비 및 각종 시스템들과 공급업체의 설비 및 각종 시스템이 연결된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필자는 최근 지금까지 반신반의했던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봤다! |
제조업 3.0, 제 4차 산업혁명, Industry 4.0, 스마트공장, ICT 기술... 이제는 하도 들어서 별로 새롭지도 않다. 용어는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그 용어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이거다.
① ICT 기술로 시스템과 시스템을 연결하고,
② 사람에 의한 실수를 줄이며,
③ 공정의 자동화를 통해 적은 노동력으로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④ 불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⑤ 제조업을 또 한 번 크게 혁신시키자는 것이다.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실천방안의 중심에 ‘스마트 공장’이 있다. 스마트 공장. 한마디로 아까 언급한 지향점들이 공장이라는 형태로 구현된 것이다.
① 설비와 설비, 시스템과 시스템이 서로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통신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들어가기는 할 것이다.
②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보고 사람은 문제점을 빠르고 쉽게 판별하고,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제조 공정에서 문제점은 치명적이다. 재작업을 안 한다 해도 일시적으로 작업이 중단될 수도 있고, 그러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이 공장 안을 부산하게 다녀야 하고, 보고를 해야 한다. 재작업을 하게 되면 그만큼 쓸데없는 원자재와 노동력이 투입된다. 야간작업이라도 시키려면 야근수당도 줘야 한다. 야근수당 안 주면 직원이 그만둔다. 직원이 그만두면 새로 뽑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그 직원을 또 훈련시켜야 한다. 그 직원이 숙련되려면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③ 공정을 자동화시키면 적은 노동력을 투입해도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다. 보통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고객별 맞춤 작업에 사람이 투입되는데, 이 때 사람이 하는 공정과 자동화된 공정간 부하를 제대로 조정하지 않으면 생산성이 더 낮은 쪽에 의해 공정 속도가 제약을 받는다. 사람이 투입되는 공정은 표준화와 숙련인력 유지를 통해 자동화 공정의 생산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④ 숙련공의 작업과 자동화된 공정, 그리고 신속하게 발견되는 문제점 덕분에 불량률은 크게 감소한다.
⑤ 인건비 낮은 나라가 아무리 덤벼도 무찌른다. 뭐 이런 개념이다.
제조업은 원자재를 구매하고, 노동자를 고용해서 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을 거래선에 납품해서 돈을 번다. 그래서 재료비와 노무비는 제조업의 가장 중요한 원가 구성요소다. 따라서 스마트 공장은 노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저개발국이 아닌 선진국, 그리고 선진국이 되고 싶어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가지 사례가 나왔고, 그 사례들을 보고 있으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필자는 성공사례에 대하여 반신반의했다. 왜냐고? 스마트 공장 초기의 자동화는 그 공장 안에서의 최적화만을 지향했다. 그 공장 안에서의 설비투자와 숙련공 유지를 통한 생산성 극대화, 즉 좀 더 고도화된 공장 자동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 보였다.
생각해 보시라. 우리는 공급망 관리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업과 기업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과 공급망이 경쟁한다. 어느 한 공장의 생산성이 최적화되려면, 그 공장에 원자재나 재공품을 납품하는 공급업체의 생산성 또한 최적화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기업은 재고를 더 많이 가져가야 할 수도 있고, 어떤 기업은 생산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개별 공장에게는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일 수 있지만, 그러한 활동들이 결국 공급망 전체의 최적화를 만든다.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특정 공급업체에서 불량이 많이 발생할 경우, 생산라인에 충분한 자재투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공급업체에 무리한 발주를 하게 되고, 무리한 발주는 그 다른 공급업체의 비용 상승과 불량, 납기 혼란을 가져오게 되며, 그것은 결국 그 자재를 사용하는 공장의 생산성 저하는 물론, 공급업체 납기로 인한 생산계획 변경으로 이어진다. 생산성 저하와 생산계획 변경은 공급망의 실패로 이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문다.
스마트 공장은 시스템과 시스템의 연결을 지향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는 공급망끼리 경쟁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진정한 스마트 공장은 자재를 사용하는 공장의 설비 및 각종 시스템들과 공급업체의 설비 및 각종 시스템이 연결된 형태가 되어야 하고, 실제 지금의 ICT 기술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을 통해 자재를 사용하는 공장은 공급업체의 공급 상황, 납기 준수 가능여부 등을 미리 알게 되고,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다. 시스템끼리 의사소통을 할 정도로 사내외의 정보 규격, 업무 프로세스 등의 표준화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공급업체 설비 자동화도 검토 가능해진다. 불량률이 낮아지고, 적은 인력으로 생산성은 높아지며, 납품 대응도 좋아진다.
이쯤 되면 스마트 공장은 그 자체가 공급망 관리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 지금까지 공급망 관리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공급업체와의 장기적 파트너십 유지, 전체 최적화, 신속한 공급 대응력 유지를 위한필수적인 도구가 된다.
연초까지는 그런 사례를 잘 찾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독일에서도, 모두들 우리 공장이 자동화가 몹시 잘 되었다고 자화자찬했지, 우리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공급업체하고도 시스템간 연결을 통해 공급업체의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고, 결론적으로 우리 공장도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례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5월 말 모 TV 다큐멘터리에서 스마트 공장 관련 내용을 방송했는데 이것을 보면서 필자는 한 줄기 빛을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장 내부 자동화와 최적화와 관련된 모범사례로 칭송된 모 회사의 공장 내용을 사례로 다루더니, 이번에는 그 공장의 ´공급업체´를 찾아간 것이다. 그리고 공급업체에서 역시 공장 자동화와 공정 가시성 확보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봤다!
스마트 공장은 이제 시작이다. 기술의 발전과 좀 더 고도화된 생산성 향상과 가시성에 대한 요구는 결국 나의 공장뿐 아니라 내가 납품하는 거래선 공장, 그리고 내가 구매를 해 오는 공급업체에 이르는 최적화, 다시 말해 20여 년 전 처음 채찍 효과 개념이 나온 이래 말로만 해 왔지 꿈같은 얘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인다.
일본에서는 스마트 공장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시는가? 이어지는 공장(つながる工場, 쯔나가루 코죠)이라고 부른다. 비록 새로운 제조업 변혁의 흐름에서도 늦었고, 요즘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혁신적인 것처럼 보이지도 않지만, 최소한 스마트 공장이 곧 공급망 관리라는 점, 그리고 스마트 공장은 결국 나와 내 파트너를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그들은 뼛속 깊이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기본기를 다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발전해 나가기는 쉽다. 새로운 제조업 변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공급망 관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우디 앨런 주연의 1969년 브로드웨이 초연 연극이자, 1972년 영화로도 제작된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 번’에서 주인공 앨런은 영화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처럼 대중매체에 의해 가공된 이미지로 연애를 하려고 시도하다가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나 결말에 가서야 본인만의 솔직한 모습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하고 연애를 하려고 결심하는 순간 매력적인 여성과 데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 번’의 원제는 ‘Play It Again, Sam’이다.
우리는 “Play It Again, SCM (SCM이여 다시 한 번)!”을 외쳐야 할 때가 되었다.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