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미네 파리공과대학교 에릭발로 교수
대담. 엄지용 기자
정리. 이현주 기자
지난달 17 일 서울시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서 ‘Smart Logis 2015 세미나 ’ 가 개최되었다 . 이 세미나는 국가기술표준원 주최 , 한국표준협회에서 주관했으며 , ‘ 다가오는 물류 4.0 시대에 국가 기간산업인 물류와 사물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의 융합 ’ 을 주제로 다양한 연사들의 의견이 오고갔다 . 이 세미나에는 저명한 학술지 ‘Science’ 에 물류분야 최초로 관련 논문이 게재된 프랑스 왕립 미네 파리 공과대학교 (Mines ParisTech) 에릭 발로 (Eric Ballot) 교수가주제 발표자로 참석했다 .
최근 모든 산업을 망라하고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같은 핵심 요소를 공유하고 있는 ‘ 물리적 인터넷 (Physical Internet)’.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기만 한 이 개념은 과연 무엇일까 . 그리고 이 기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물류산업에 접목 , 융합될까 .
에릭 발로 교수는 “ 개방적인 정보와 네트워크가 기반이 되어 상호 연결된 물류 환경을 만들 수 있다 . 오랜 시간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던 폐쇄적인 물류 산업에 이제는 효율과 혁신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 라며 사물인터넷과 함께 ‘ 물리적 인터넷 ’ 의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물류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상호 연결된 물류환경을 지향하는 ‘ 물리적 인터넷 ’ 이 앞으로 물류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 그리고 물류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에릭 발로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알아보자 . 다음은 에릭 발로 교수와의 일문일답 .
Q. 최근 모든 산업을 망라하고 사물인터넷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다시 한 번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정확히 정리해 주십시오 . 또 교수님이연구하고 있는 물리적 인터넷 (Physical Internet) 은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A. 사물인터넷은 무수히 많은 정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 하지만 제 나름대로 사물인터넷을 쉽게 정의내려 보자면 ‘ 모든 사물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 ’ 이라 할 수 있습니다 . ‘ 사물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 ’ 이라는 의미는 바로 사물 자체가 경쟁력을 갖는 것 , 커뮤니케이션 도구와 메모리를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 이제 사물인터넷을 통해 모든 사물은 디지털인터넷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가장대표적인 사물인터넷의 사례는 바로 ‘ 스마트폰 ’ 과 ‘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는 모든 기기들 ’ 입니다 .
그리고 이것은 산업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그러나 사물인터넷의 적용 관점에서 볼 때 , 스마트폰 외에도 다양한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 자동차가 그 다음일 것이고 , 온도 조절 장치를 겸비한 집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제가 생각하는 사물인터넷의 마지막 단계로 가장 중요하고 거대한 도전이 될 분야는 바로 ‘ 산업 ’ 과 ‘ 물류 ’ 입니다 . 물리적 인터넷은 새로운 물류 이론으로써 광범위한 물류 산업에 적용 가능한 것입니다 .
이것은 매우 광범위한 물류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A 에서 B 로 옮긴다면 , 물리적 인터넷은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물건이 이동되는 모든 프로세스에 적용됩니다 . 그것이 바로 물리적 인터넷의 주요 개념입니다 . 미래에 만약 누군가가 무엇을 옮길 때 , 그것은 바로 물리적 인터넷의 한 부분이 되거나 물리적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
물리적 인터넷은 디지털 인터넷의 주요 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 바로 ‘ 네트워크영역 간의 상호 연결 ’ 입니다 . 과거의 컴퓨터 네트워크들은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다른 것과 연결하기 위해 둘 사이의 특정한 연결고리 (Bridge) 가 필요했습니다 . 그리고 디지털 인터넷 기술은 다양한 프로토콜들이 필요했죠 .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다양한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들을 활용하고 말 그대로 가지고 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결국 물리적 인터넷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것은 바로 ‘ 디지털 인터넷 ’ 처럼 물류 네트워크가 특정 연결고리 없이 ‘ 상호 연결 ’ 되고 ‘ 공유 ’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이미 오늘날의 물류 네트워크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크와 요소들로 이루어져있고 , 우리는 이것을 상호 연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는 하나의 상품을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보낼 때 아무런 고민 없이 손쉽게 보낼 수 있을것입니다 . 마치 우리가 우편함에 편지를 넣어 보내는것보다 더 쉬운 고민 말이죠 .
즉 , 물리적 인터넷은 효율성 및 지속성 향상을 위하여 스마트 모듈 컨테이너 , 인터페이스 및 프로토콜로 가능한 물리적 , 디지털 , 운용 상호연결에 기반한 개방형 세계 물류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 다시 말해 ,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물류 서비스의 상호 연결입니다 . 결국 물리적 인터넷은 사물 인터넷을 솔루션의 일환으로 사용하여 물리적인 화물의 루트와 화물의 위치 , 목적지 , 등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될 것입니다 .
Q.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의 어떤 분야에서 물리적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 또 물리적 인터넷을 구축함으로 인해 물류업계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
A. 오늘날의 물류 서비스는 아주 훌륭합니다 . 24 시간에서 48 시간 내에 원하는 어느 곳으로든 원하는 물건을 보낼 수 있죠 .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점은 바로 물류의 활용 , 즉 운용율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 예를 들어 , 제가 진행한 연구에 서는 유럽의 트럭 운용율을 측정했습니다 . 그리고 24 시간 동안 트럭의 전체 평균효율은 10% 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물론 그 어떤 운송수단도 100% 효율성을 발휘할 수는 없겠지만 하루 동안 고작 10% 정도의 트럭만이 완전히 채워진 상태로 원하는 속도에 올바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 물론 이 과정에서 대기시간 , 상하차시간 , 야간 시간 , 등 많은 요소들로 인해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
그러나 결국 하루의 마지막에 운용율을 측정해보면 물류 운송수단으로서 트럭의 효율성은 매우 낮았습니다 . 물류창고나 다른 요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러한 효율성과 활용도 제고 측면에서 물리적 인터넷은 아주 중요합니다 . 결국 우리가 물리적 인터넷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바로 ‘ 새로운 레벨의 효율성 ’ 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
우리가 상호 연결된 물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 첫째는 자산 활용에 대한더 나은 가시성입니다 . 가시성을 높임으로 인해 운송수단이나 자산에 대해서 더 많은 공유가 이루어지고 , 더 나은 의사결정과정을 갖게 되며 결국 이를 통해서 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
두 번째는 바로 디지털인터넷처럼 물류도 공유 개방된 환경을 가짐으로 인해 더 나은 탄력성을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 만약 네트워크의 허브나 연결점 (Node) 같은 중요한 지점이 어떠한 이유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 상품은 제 목적지로 도달할 수 없습니다 . 오늘 날의 기업은 주로 한 지역에 하나의창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 그리고 만약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처하지요 . 예를 들자면 , 과거 일본은 쓰나미로 인해 해안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시설을 잃고 그로 인해 대다수의 물류 공급사슬은 파괴되었습니다 . 왜냐하면 많은 것들이 한 군데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 만약 상품들이 다양한 지점의 연결된 네트워크로 분산되어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세 번째는 바로 새로운 서비스와 혁신입니다 . 오늘날 물류에서 우리는 이커머스나 배송에 대해 보다 높은 서비스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 그리고 저는 이를 통해 우리가 지금보다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예를 들어 ‘ 물리적 인터넷 서비스 제공 자 ’ 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 이 PI(Physical Internet) 서비스 제공자는 소비자의 이커머스 주문을 모두 모아 소비자를 분석 · 파악하고 소비자의 선호도를 계산할 것입니다 . 그리고 자동으로 소비자의 주문을 한 트럭에 모두 모아 원하는 요일 ( 예를 들어 고객이 집에 있는 토요일 ) 에 배송해줄 것입니다 . 이러한 것이 제가 말하는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
Q. 물리적 인터넷을 통해 나올 수 있는 혁신에 대한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 물리적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는 고객의 선호도와 쇼핑패턴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고 , 이 데이터들을 분석해 자동으로 상품을 배송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 이는 최근 또 하나의 이슈가 되고 있는 ‘ 빅데이터 ’ 기술과 흡사한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 빅데이터 ’ 와 ‘ 물리적 인터넷 ’ 은 상호 연관된 개념이라 볼 수 있을까요 ?
A. 네 , 당연히 그렇습니다 . 빅데이터는 사물인터넷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 물리적 인터넷 환경에서 우리는 점점 더 스마트한 장치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 컨테이너 혹은 더 작은 사이즈의 스마트 모듈화 박스를 들 수 있습니다 . 이러한 스마트 장치들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 가까운 미래에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배달 서비스 제공자가 99% 의 정시 배달율을 가지게 된다거나 , 정부가 도시의 인프라를 구축할 때 , 모든 교통량을 추적하고 모니터하여 인구와 산업에 맞게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면 아주 흥미로울 것입니다 .
그리고 이미 프랑스에서는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RFID 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스마트 장치를 팔레트 (Pallet) 에 부착하여 네트워크의 모든 사람들이 화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이를 통해 모든 팔레트의 개별적인 추적이 가능했습니다 . 우리는 팔레트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소요해 목적지에 도착하는지 파악하는 등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복잡한 사실들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 이러한 사례를 통해 , 빅데이터 기술이 물리적 인터넷 분야의 아주 많은 부분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
Q. 저서를 통해‘개방되고 공유된 환경’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왜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렇다면 물리적 인터넷을 통해 이 환경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까요?
A. 우리가 이 분야에서 공유되고 개방된 환경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JIT(Just In Time), 이커머스, 멀티채널 판매로 인한 네트워크의 다양화와 배송되는 화물 수량의 분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 등의 이커머스 업체들의 다품종 소량 배송 니즈로 인해 이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작은 사이즈의 화물을 운반해야합니다. 거대한 화물이 분할됨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는 물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이‘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의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시도하고자 하는 것이 ‘풀링(Pooling)’입니다. 그들은 자원을 공동 관리하며 수평적인 협업과 조정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유럽 시장참여자들은 규모의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협업의 어려움은 분명 존재합니다. 업체들이 많은 정보나 자산을 공유하고자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완화된 개념의 풀링인‘플러그 앤플레이(plug and play)’솔루션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풀링보다 부담되지 않는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풀링을 위해 4년간의 계약을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렇게 되면 이를 위해 창고의 위치나 자산을 파트너와 재조정하여 배치해야 됩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단 한 명의 파트너라도 빠지게 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기업이 이에 대응할‘민첩함’또한 부족합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한 개념이 ‘플러그 앤 플레이’입니다.
오늘 날의 사업 환경에서‘민첩함’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많은 기업들이 풀링에 참여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물류의 흐름을 통합한다는 이 아이디어는 매우 좋지만, 이 솔루션이 기업들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유연한 솔루션을 찾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면한‘화물의 분할’문제와‘네트워크 분할’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를 한 네트워크에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건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협업할 준비가되지 않은 오늘날 기업들에게 적합한 유연한 솔루션이며, 물리적 인터넷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소비가 빠른 소비재 위주로 물류의 흐름을 합해주는 ‘소규모라우팅센터(Small Routing Center)’를 구축, 앞서 언급한 유연한 솔루션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양한 물류서비스 제공자들의 소유인 물류센터의 한 부분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많은 공급업체들의 물량을 더욱 다양한 유통업체로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아직까지는 매우 실험적인 시도입니다. 그러나 작은 실험이 점차 공유되고 개방적인 환경을 만들어나감으로 이러한 개념은 점차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개발될 더 나은‘개방형 공유 환경’은 물류 산업의 많은 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최근 많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당일배송과 라스트마일 배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이 이러한 트렌드를 지원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우선 대부분의 경우, 업체들이 당일배송에 집중하는 이유는 고객의 니즈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기업의 마케팅 니즈로 인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날‘당일배송 경쟁’은 피할 수 없이 주어진 경쟁이고 우리는 이 니즈에 대응해야만 합니다. 과거 저는 당일배송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쇼핑을 할 때, 대부분의 경우 당일배송 옵션을 제공받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주로 15유로에 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연구를 통해 발견한 것은, 고객은 당일배송에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드는 경우, 이 옵션 대신 익일배송 혹은 일반 속도의 배송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우리는 마케팅 도구로써‘당일배송’부문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리적 인터넷은 당일배송 서비스를 지원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 인터넷을 통해 공급업체들은 빠르게 이동되어야 할 상품들을 고객과 더 가까운 곳에 저장할 수 있고 화물을 통합하면서 배송시간을 단축하고 직접 판매를 하는 채널로의 최종배송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광범위하게 분산된 구조를 통해 공급 사슬을 더욱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통업체나 이커머스 업체들은 서로 간의공유 네트워크나 인프라를 만드는 데 부정적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기업만이 당일 배송을 제공하는 업체라면 그들은 그 하나가 되기 위해 더욱 특별한 물류역량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당연히 그런 역량은 경쟁사에 공유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날의 시장처럼, 거의 모든 업체들이 당일 배송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말은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당일배송이 경쟁우위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가까운 미래에는 시장의 모두가 이것이 경쟁우위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그들의 자산을 공유하여 새로운 효율을 꾀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공유하고 있는 디지털 인터넷처럼 말입니다. 그러므로 미래에는 모두가 그들 스스로 구축한 물리적 인터넷을 공유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바로 물류 솔루션이될 것입니다.
물리적 인터넷이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송 프로세스를 개선할 것인가 묻는다면 그것도 맞습니다. 물리적 인터넷은 업체들의 배송 프로세스를 개선할 것입니다. 만약 기업들이 네트워크 혹은 자산을 공유하게 된다면 그것은 배송빈도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또한 창고나 운송수단 등 기업들의 자산에 대한 활용도도 증가할 것입니다. 앞서 말한 제 연구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풀링(Pooling)’을 통해 화물들을 통합함으로 배송빈도를 높이고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저는 물리적 인터넷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를 알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과 아주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를 알고 있긴 합니다. 아직 이 기업이 물리적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시기상조이지만, 프랑스 파리의 바이오 식품 배송 업체‘샵루프스 (Shoploops)’라는 기업이 물리적 인터넷의 개념을 확보하고자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본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에릭 발로 교수 . 에릭 발로 교수는 지난달 17 일 스마트 로지스 2015 세미나에서 ‘ 물리적 인터넷 ’ 이 물류산업에 가지고 올 변화에 대해서 발표하였다 .
Q. 기업들이 물류의 효율화를 위해‘물리적 인터넷’을 활용하려면 스마트 장비 구매 등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 해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리적 인터넷이 아무리 좋은 효율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그 뒷면에는 비용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수익성과 투자의 딜레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업들이 그것을 고려하고도 물류분야에‘물리적 인터넷’을 적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투자와 수익성의 딜레마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 그리고 물류산업은 매우 과거 지향적입니다 . 과거 지향적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가 하면 , 이미 우리들은 과거에도 현재의 조직 , 도구 인프라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 그리고 그렇게 구축된 인프라는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 하지만 ‘ 물리적 인터넷 ’ 과 같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확신이 없는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
이에 저와 제 파트너는 물리적 인터넷의 확산을 위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 제 실험의 목적은 물리적 인터넷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것이 그들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입니다 . 우선은 한정된 범위에서 물리적 인터넷을 활 용하고 만약 이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지고 온다면 이것은 점차 퍼져나갈 것입니다 .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요 . 이것을 ‘ 혁명 ’ 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때문에 물리적 인터넷의 활용은 미래를 위한 점진적 변화이지 혁명적인 움직임은 될 수 없습니다 .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그렇기에 이 모든 것은 하나의 프로세스가 됩니다 . 만약 물리적 인터넷이 물류 분야에서 잘 작동한다면 , 사업가들은 이것에 투자하는데 확신을 가지게 되겠지요 . 그리고 이것은 점차 세상으 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
Q. 인구의 도심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교통체증이 극심한 ‘ 도심물류 ’ 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상호연결을 베이스로 하는 ‘ 물리적 인터넷 ’ 개념은 도심물류를 해결하는 새로운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도심물류 분야에서 물리적 인터넷 사용에 대한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 스마트 로지스 2015’ 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에릭 발로 교수 .
A. 우선 저는 ‘ 도심 물류 ’ 에 대해 이야기 할 때 , 그 시초가 무엇인지부터 말하고 싶습니다 . ‘ 도심 물류 ’ 의 시초는 바로 인도 뭄바이 도심의 도시락 배달 서비스 ‘ 다바왈라 (DabbaWalas)’ 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들은 매일 가정에서 만든 도시락을 일꾼들에게 배달해 줍니다 . 그리고 이 시스템은 물리적 인터넷의 시스템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물론이것은 아주 작은 적용 사례일 뿐이지만 물리적 인터넷의 ‘ 조상 ’ 과 같은 존재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
도심물류는 꽤나 역설적입니다 . 어떤 이들은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는 도심의 밀도가 물류의 효율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우리는 도심 내 물류 네트워크들이 매우 크게 분할되어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 그들은 상호 연결 되어 있지 않으며 , 배송 수량은 최소한의 크기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 그러므로 도심물류의 전체 운용율과 효율성은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습니다 . 우리는 파리의 중심에서 단 한 번도 꽉 채워진 트럭이나 철도를 본 적이 없습니다 . 물론 도시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 최소한 이곳에서는 그렇습니다 .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야말로 물류의 흐름과 화물을 통합시킬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고 , 이것은 도심물류를 개선할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 우리는 아직까지 물리적 인터넷이 도심물류에 적용하는 것을 시작하지 못했지만 , 이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나갈 것입니다 . 물론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 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바로 저의 의무입니다 . 저는 이미 연구실의 제 제자들과 물리적 인터넷을 도심물류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 그리고 저는 물리적 인터넷이 도심물류를 개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
Q. 교수님의 저서에서는‘물리적 인터넷의 등장은 제3차 산업혁명을 야기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물리적 인터넷이 3차 산업혁명을 야기한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물리적 인터넷과 함께하는 물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할지 교수님의 혜안을 청해듣고 싶습니다.
A. 제 3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아이디어는 제 저서의 첫 부분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물리적 인터넷 개념은 제가 독자적으로 디자인한 개념이긴 하지만, 이것은 제레미 리프킨의 제 3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2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석유와 대량생산, 고도로 집중된 네트워크와 정보가 존재하는 사회 말이죠. 제 3차 산업혁명 시대는훨씬 더 분산된 네트워크 기반의 사회, 산업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를 생산하는 건물’을 생각해 봅시다. 이 빌딩 안에서는 에너지를 생성하기도 하고 사용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보다 복잡하고 분산된 에너지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원활히 움직이기 위해서는 생산, 공급, 소비가 모두 분산된 상태로 함께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동해야합니다. 이처럼 제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분산된 네트워크와 정보를 기반 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레미프킨은 우리의 물리적 인터넷연구에 대해서‘이제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제 3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면 당연히 물리적 인터넷을 사용하면 된다’ 고 평했습니다. 현재 제레미 리프킨 박사는 프랑스 북부에서 저희의 물리적 인터넷을 활용한 컨설팅을 돕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수요에 대해 PI컨테이너를 통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상품의 위치, 소비,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정보에 의해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시간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물류에 있어 더 나은 의사결정과 효율을 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 내의 프로세스에 의해 이루어 질 것입니다. 즉, 기계와 기계가 쌍방 소통을 통해 작용하는 프레임워크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 PI컨테이너는 무인 트럭과 목적지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해 직접 협상하고 방법을 결정하겠지요. 이것이 바로 저희가 말하는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