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는 언제 오세요?"
"할아버지? 이제 산타 형이 대세란다"
▣ 산타 할아버지는 언제 오세요?
이번 커버스토리의 어린이 모델로 발탁된 김동환(6)군. 언제 도착할지 모를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며 연방 싱글벙글 웃고 재잘거린다.
“저번 크리스마스 땐 산타 할아버지가 로봇을 줬어요”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라 동환이 아빠야’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동심을 무너뜨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한국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루돌프도 같이 왔어요”
여섯 살 동환이의 꿈이었다. 작년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꿈에서 로봇을 주고 갔는데, 올해는 뭘 받고 싶으냐 물으니 웃기만 하고 대답은 없다. 얼굴은 살짝 복잡했다. 기자 마음대로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됨’이라고 동환이의 심경을 결론지었다. 스튜디오를 휘젓고 돌아다니기를 수차례. 오늘의 산타클로스 최정호 대표가 왔을 때, 동환이는 이미 지쳐 있었다.
싱글벙글했던 얼굴은 촬영이 시작되자 조금씩 굳어졌다. 선물 상자가 비어 있다는 걸 알고 씁쓸해하는 건 아니었다. 사진 한 번 찍을 때마다 시릴 정도로 눈이 부시니 금방 지치는 건가? 아침 일찍 서울까지 오느라 힘이 든 걸까?
모두 아니었다. 동환이는 말도 못할 만큼 더웠던 것이다. 조끼를 벗고 잠시 웃음을 찾았다.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보다 못한 아빠가 크게 소리쳤다.
“현지를 생각해!!”
순간이었지만 동환이 입이 귀에 걸렸다. 정오가 조금 지났던 이때, 어딘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현지도 웃지 않았을까 싶다. 조끼를 벗고, 현지를 생각한 동환이는 촬영이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촬영이 끝나고, 최 대표와 촬영을 지켜본 몇몇 어른들의 지갑이 열렸다. 오늘 하루 수고한 동환이 바지 주머니엔 금세 배추 한 포기가 쌓였다. 이황 선생님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펄쩍 뛰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진심으로 동환이가 부럽다.
할아버지? 이제 산타 형이 대세란다
기업의 대표가 산타클로스 분위기가 나는 옷도 아닌, 진짜 산타클로스의 옷을 입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1년에 단 하루가 아닌, 1년 365일 내내 산타클로스를 자처하는 택배기업의 대표가 산타클로스가 된다면?
이보다 뜻깊을 수 있을까. 이 취지를 가장 먼저 알아준 사람이 최정호 대표다.
본지의 기획 의도를 듣고, 부담스럽긴 했지만 좋은 시도란 생각에 흔쾌히 응하기로 한 최 대표.
하지만 기자는 촬영 당일 최 대표가 입을 산타클로스 옷을 보고 심히 걱정했다. 과감하게 추진해 놓고 마지막에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의상의 질은 높았다. 문제는 디자인이었다. 입은 옷 위에 그냥 걸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티셔츠 입 듯 입어야 했던 것. 최 대표가 입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한 시간을 안절부절 못했다.
촬영장에 도착한 최 대표. 차 한 잔 마신 뒤 바로 의상실로 향했다. 최 대표는 뜻밖에 2009 스타일 산타 털 티셔츠(?)에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옷을 입고 촬영장에 들어오니, 수북하게 쌓인 로젠택배 상자 사이로 한 어린이가 뛰놀고 있다. 오늘 촬영을 함께할 동환군이다.
촬영이 시작됐다. 사진작가가 자세를 주문하긴 했지만, 최 대표와 동환이는 쉽사리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최 대표가 동환이에게 선물을 줄 듯 말 듯하거나 선물을 주는데도 동환이가 받기 싫어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몇 번 눈빛 교환을 하니 공감대가 형성됐는지, 둘은 금세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콘셉트의 촬영은 최 대표와 동환이 모두 처음이다. 동환이는 힘들면 힘들다고 바로 얘기를 했다. 최 대표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하지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365일 산타의 모습을 보였다.
최 대표는 동환이가 아주 마음에 들었던 듯. 촬영 후 선물을 가장했던 빈 상자를 치우고, 지상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